기록으로 보는 조선 방역의 역사 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에 이르게 한 흑사병, 걸리면 호랑이에게 짓밟히는 고통을 동반했다는 두창, 그리고 최근 전대미문의 감염자를 발생시킨 코로나19까지. 예고 없이 불어 닥친 감염병은 예나 지금이나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는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지금으로부터 500여 년 전, 조선에도 역병의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한두 명이던 감염자는 어느새 몇 천 명을 훌쩍 넘겼고, 대문 밖에는 땅에 묻히지 못한 시체들이 쌓여만 갔지요.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에도 당시 역병이 얼마나 큰 근심거리였는지 잘 나타나 있습니다. 역병이 재앙이 되고 있습니다. 수구문 밖에 시체들이 겹칠 정도입니다. (광해 5년, 1613년) 어린아이가 많이 죽어 거리에 아이가 드뭅니다. (숙종 33년, 1707년) 역병으로 사망한 백성이 오륙십만이나 됩니다. (영조 25년, 1749년) 역병이 유행하여 서울 밖의 사망자가 모두 12만 8천여 명입니다. (정조 23년, 1799년)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삶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보다 의학 기술도 부족하고 먹을 것도 부족했지만, 내 가족과 이웃을 구하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계속해 나갔어요. 당시 사람들은 역병이 돌면 외출을 삼가고 이웃끼리 왕래를 줄였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인 셈이지요. 스님들은 사찰을 병막으로 만들어 환자를 돌보았고, 역신을 물리치는 제사를 지내며 함께 마음을 달래기도 했습니다. 역병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가 함께 헤쳐 나가야 하는 과제라고 여긴 거예요. 조정에서도 백성들을 살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돈이 없고 신분이 낮은 사람들을 돌보는 법과 치료소를 마련하고, 감염병을 가려내는 진단 키트인 『언해벽온신방』등 훌륭한 의학책을 펴냈지요. 치열했던 조선 방역의 역사는 우리의 기록 속에 꼼꼼히 새겨져 있습니다. 『역병이 분다, 조선을 구하라!』는 조선에 창궐한 역병과 그에 맞섰던 이들의 노력을 담아낸 책입니다. 『조선왕조실록』, 『미암일기』 등 당시 조선의 상황을 생생히 기록한 사료들은 이야기의 사실감을 한층 높여 줍니다. 또한 부록에서는 코로나19가 유행하는 현재의 상황을 다루며, 감염병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견지해야 할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지요. 이 책 『역병이 분다, 조선을 구하라!』를 통해 역병의 공포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선조들의 의지를 느껴 보아요. 그 속에는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 낼 용기와 지혜가 반짝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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