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는 작은 것에도 해맑게 웃으며 온몸으로 대답을 했던 것 같습니다. 어린아이를 보면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느샌가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떤 이유가 있는 건 아닌데, 나를 미소 짓게 해주는 그 사람들은 내 안에 있는 진짜 힘을 알게 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책 속에서는 자기 삶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다른 이의 삶도 기꺼이 지탱해 나가는 혜린 엄마, 그런 엄마를 어떻게든 돕고 싶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는 혜린이,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부족한 것 없어 보이지만 나름의 힘든 사정 속에서 동생에게 마음을 전하는 혜린이 큰고모가 그런 힘을 잘 보여줍니다. 읍내에서 용하다는 의원은 진즉에 아이를 포기하라고 했다. 아내는 차마 배 속의 아이를 죽일 수 없다며 자신의 목숨을 걸어서라도 꼭 아이를 낳겠다고 고집스럽게 우겼다. (p.15) 혜린이는 혼자서 너무 많은 일을 하는 엄마가 걱정되어 엄마를 돕고 싶었다. 혜린이는 자신도 빨래를 할 수 있다며 엄마에게 기저귀 빨래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졸랐다. 엄마는 혜린이에게 아직은 어려서 무리라며 가서 동생이나 봐 달라고 부탁했다. (p.150) 갑자기 출발하려는 차 창안으로 큰누나는 신문지에 싼 돈뭉치를 던졌고 그대로 뒤돌아 뛰며 외쳤다. “도착하면 연락햐!” 혜린 아버지는 큰누나가 준 돈뭉치를 잡으며 만감이 교차함을 느꼈다. ‘자기도 매형이랑 시집 눈치 보느라 힘들텐데......’ 혜린 아버지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신문지에 싸인 큰누나의 마음을 마음속에 기억해 두었다. (p.94) 혜린이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사람들을 통해 삶을 헤쳐 나가는 과정을 함께 하다 보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진짜 힘, 아무런 이유가 없어도 아니 그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웃을 수 있는 힘을 되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혜린이의 삶은 혜린이의 해맑은 미소에 쉽게 답해주지 않습니다. 태어나기도 전에 살기 힘들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야 했던 혜린이는 태어나자마자 집안에 닥친 가난으로 일찍 철이 들고, 이유 없이 혜린이를 싫어하는 할아버지는 ‘거부’라는 단어의 의미를 알게 합니다. 게다가 거의 유일한 대화 상대인 엄마와도 떨어져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라 종종 집에 혼자 남겨집니다. 그렇게 혼자 있던 혜린이 앞에 정체 모를 ‘까만 눈’이 나타나고, 꿈속에서 까만 눈과 사투를 벌이는 6살 혜린이는 죽음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안간힘을 다해 다시 살기 위해 용기를 냅니다. 까만 눈동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혜린이만 주시하고 있었다. 정말 흰자위는 하나도 없는 새까만 눈동자 안에 까만빛이 들어 있었다. 까만빛이 소름 끼치게 반짝이며 혜린이를 맹목적으로 바라보았다. (p.198) 이것이 자신의 꿈이라면 꿈속에서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간절한 마음으로 수족관 유리를 깨야겠다고 생각했다. 혜린이는 마음을 담아 마지막으로 고사리만 한 자신의 주먹을 들어 유리벽을 내리치며 이것은 자신의 꿈이라고 외쳤다. (p.216) 그리고 치열한 삶, 그 삶 속에 펼쳐진 또 다른 세계를 살며 행복을 찾아가는 혜린이를 통해 삶과 죽음, 영적인 세계와 동양 마법 이야기를 펼쳐가게 됩니다. “혜린이”는 어린아이가 성장하며 격어가는 삶과 죽음, 행복, 영적인 세계와 동양의 마법을 담은 24편의 장편 판타지 소설입니다. 23년 만에 1편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여러분을 혜린이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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